본격 초시전철 기행 포스팅 - 이웃집 801쨩 전격 해부!
만화 '이웃집 801쨩'과는 관계 없습니다 -_-;;;

(초시전철 시리즈)

(앞에서 계속)
토카와 역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역내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손글씨로 된 운임표. 그리고 그 밑에는 노트 형태의 방명록이 놓여 있다.
한번 쓱 훑어봤는데, 한글로 작성한 방명록이 눈에 띄었다. 대충 '태평양이 보이는 초시에서 좋은 구경 하고 갑니다'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나도 적으려 했다가 말았다. 내가 일본에서 유일하게 방명록을 남긴 유일한 곳이 나가노長野의 모처. 본명이 아니라 Tabipero로 적었으니 혹시나 발견하셨다면 그런가보다 하시길.

'테츠코의 여행' 광고도 붙어 있었다. 아마 컬러판이 나왔다는 광고를 하는 듯 하다.
참고로 '테츠코의 여행'팀도 여기에 안 다녀갔을 리가 없으며, 단행본 1권 8화에 '초시전철 전역 하차'편이 나와 있다.

일단 출발 시간을 넉넉하게 남겨두고 홈으로 나선다.

아까 내렸던 801호다.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때를 이용하여 차내 사진을 찍는다. 다른 한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빈 차의 이곳 저곳을 사진 찍는다(서로 신경을 썼는지 사진에는 그 사람이 잡히지 않았다). 초시 전철에서는 승강장에서 전철을 찍거나 차내 사진을 찍는 일이 자연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드문 일이 아니다. 그만큼 테츠(철덕)도 많거니와, 일반인들도 이런 흔치 않은 모습은 카메라로 남겨두지 않고는 못 배길 듯 싶다.

덧붙여 차내에는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운전석 옆에 여기 들어가지 말라던가...고 테츠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문이 붙어 있기도 하였다. 돌아다니고 사진찍는 건 좋지만 매너는 지켜 주셔야겠지요.

무려 나무바닥의 열차다. 나무바닥 열차를 타본 건 초시전철에서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설마 저 나무도 반세기의 세월을 견뎌낸 건가(나무가 의외로 내구성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다만서도)...

사진으로 보면 아시다시피 문은 양쪽으로 열리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 열린다. 사람들이 빈번히 통행해야 하는 통근열차로서는 큰 문이 한쪽으로 열리는 구조는 별로 적합하지 않는 구조인 것 같은데...뭐 초시전철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긴 하다.
참고로 케이큐 일부 차량(600계던가) 등의 일반 통근열차에서도 저런 한쪽으로 열리는 구조를 곧잘 볼 수 있었다.

이 801호는 본디 이요철도伊予鉄道에서 구르던 차량이었단다. 이요철도로 말할 것 같으면 시코쿠에 있는 에히메 현愛媛県의 마츠야마松山 시를 다니는 철도로서, 일반 열차뿐만 아니라 노면전차도 굴리고 있는 회사다. 내가 이 '이요철도'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전차로 Go 여정편을 통해 노면전차를 운전해보면서였으며,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노면전차만 굴리는 줄로 알고 있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것으로 유명한 도고온천(道後温泉-장항선에 있는 도고온천역이 아닙니다!!!)에 가려면 한번쯤 타 보는 전철이다. 근데 마츠야마가 워낙이 엄한 곳에 있는지라...뭐 마츠야마에 대한 좀 더 긴 이야기는 예전 포스팅 으로 갈음하고.

여행기를 쓰기 위해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운전대가 없는 곳에 운전대를 단 개조의 흔적으로(이요 철도 시대에 편운전대화・양운전대화 양쪽 모두의 개조를 받았다고 쓰여 있는데, 운전대가 양쪽 모두 없는 데에다가 우선 한쪽으로 운전대를 달고 후일에 또 달았다는 이야기인지, 의미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양쪽의 선두부 모양이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서 저렇게 두 사진을 대조해 보니, 진짜로 양쪽이 차이가 난다. 토카와 쪽은 관통문(전면 가운데에 나 있는 문)이 있는데 초시 쪽은 없다. 참고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저 관통문은 고정되어 있단다. 하긴 병결할 것도 아니고 지하구간을 다니는 것도 아닌데 관통문이 무슨 소용...

운전대. 시쳇말로 '썩었다'. 바닥도 나무바닥 그대로인데, 운전대까지 개조할 여유는 당연히 없었으리라.
그래도, 이렇게 낡은 운전대로라도 이곳 초시전철에서 제2의 생을 살며 굴러가는 게, 이 전철에 있어서는 좋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그리고 전에 동일한 날 찍었던 사진을 올리면서 설명 했겠지만) 토카와 역에 정차한 801호 사진부터  사진 가운데부분이 뿌옇다. 그 이유는 초시전철의 뭔가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한 연출이 아니라, 렌즈에 뭐가 묻었던 거다. 빨리 눈치챘어야 하는데, 작은 액정화면으로는 그런 결함은 잘 보이지 않으니, 그냥 날이 습해서 약간 뿌연가보다 하고 넘겨버렸었더랬다.

나중에 초시역을 떠나면서, 개찰기에 넣어버리고 빠이빠이할 특급열차 승차권을 찍기 위해 초점을 잡는데 초점이 잘 안 잡혀서, 그 때서야 알았다. 그래서 그 이후의 치바도시모노레일 등의 사진은 양호하다. 전문 찍사도 아니고 해서 여행기들의 사진은 항상 최선의 상태는 아닌데,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 그리 사진운이 있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첫날은 렌즈에 이물질, 둘째날은 배터리 엥꼬...쩝...보시는 여러분들한테는 양해를 좀 구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봐 주십시오.

당연히 이 차도 에어컨같은 게 있을 리 없다.
다만 나는 저 뒤의 '누레카스테라'가 신경 쓰인다. 설마 저것도 카스테라에 간장을 넣은건가...설마 먹으면 간장향이 배어나오며 짠 건...

초시전철을 타면서 느낀 건, 지역 광고들이 다들 직접 만든 것 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적어도 전문 광고업체에 맡겼는데 저렇게 해 주지는 않았을 것이고...그냥 저렇게 손글씨와 그림으로 광고를 만들던지, 혹은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이나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A4 1장짜리 광고를 만들어 문짝 옆에 붙인다던지, 그런 것들이 많았다. 물론 일반 열차에서 볼 수 있는 잡지 등의 광고도 볼 수 있다. '가끔씩'.

대중교통 내에서도 광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들이지만(차라리 운임을 더 낼테니 광고를 줄여라 하는 사람들도 본 적 있었다), 저런 광고들이라면 시각 공해와는 거리가 멀고, 왠지 정겹게 느껴진다. 더욱이 이 광고가 초시전철을 먹여살리는데 보탬이 되고 있다.

창문마다 이렇게 초시전철 사진이 붙어 있다. 전문 사진작가의 사진인지, 컨테스트를 통한 사진인지, 아니면 초시전철 직원이 직접 찍은 사진인지 궁금해진다. 차내에 있는 이러한 사진들을 통해, 뭔가 어설프나 정겨워 보이는 지역광고들과 더불어 지역주민이나 초시전철 직원들의 초시전철에 대한 애정을 살짝 볼 수 있었다.
그냥 괜히 찍어본 것. 상단에 검은 건 스피커다.
초시전철은 1인승무이므로 방송은 자동 안내방송이다. 우리나라는 무궁화호같은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자동방송을 하는 편인데, 일본은 보통열차 같은 경우 바득바득 차장을 괴롭혀(?) 가며 육성 방송을 실시한다(물론 야마노테센 같은 경우는 차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자동 안내방송이다. 또한 신칸센이나 특급열차도 자동안내방송.). 덕분에 환승 안내방송 같은 건 좀 더 도움이 된다("어디 가는 열차는 몇시 몇분에 몇번선" 하는 식으로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또 대피 등의 이유로 홈이 바뀔때도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바로 알 수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홈이 자주 바뀌는 구로역이나 산본역같은 경우 가끔 안내방송이 사람을 낚지 않는가.

육성 안내방송의 단점으로는 차장이 괴롭다, 통일성이 떨어진다, 영어 안내방송이 불가능하다...정도가 있겠다(전에 코레일에서 차장이 자동 안내방송을 대체하는 육성 안내방송을 하면서 'This stop is Guro, Guro'라고 영어 안내방송까지 해준 적 있어 놀랐다).

아무튼 1인 승무에서는 방송까지 시키면 운전사에게 있어 격무가 되므로(운전해야지, 문여닫아야지, 승객이 운임 제대로 냈나 확인해야지, 거기다가 방송까지 하라고 하면...)  초시전철뿐만 아니라 1인 승무의 경우 한가로운 로컬선 답지 않게 99%가 자동 안내방송을 실시한다.

운임표가 붙어 있는 이유도 바로 이 1인 승무 때문. 무인역에서 탔다 무인역에서 내리면 돈을 지불할 곳이 없기에 버스처럼 운임함에 돈을 넣는다. 구간마다 운임이 다르므로, 탈 때 정리권을 뽑아 내릴 때 운임과 같이 정리권을 냄으로써 운임을 정당하게 냈다는 것을 밝힌다. 참고로 운임함 옆에는 동전 교환기가 붙어 있어, 동전이 없으면 저 동전 교환기에 지폐를 넣으면 동전이 여러 가지 나오므로(500엔짜리, 100엔*4, 50엔, 10엔*5 이렇게 나오던가...)그걸 받아 운임함에 넣는다. 우리나라처럼 먼저 넣으면 나중에 거슬러주고 그딴 거 없으니, 주의해야 하겠다(사실 본인도 쿠마모토 노면전차를 탈 때 그걸 몰라 생돈 날린 적이 있었다).

역명판. 척 봐도 그 오랜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옆에는 각종 관광지 안내.

열차는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누굴 기다려 준 것도 아니었다) 운전사가 역에서 생각보다 늦게 나오고 역시나 몇 분 늦게 출발했던 것 같다. 비정상적이리만치 다이어를 칼같이 지키는 일본철도 답지 않은 모습.

하지만, 뭐 초시전철이니까.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고 이누보 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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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bipero | 2008/10/12 00:14 | 일본 여행 | 트랙백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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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시에 갔다 온지 넉 달이 다 되어 갑니다만, 여행기 계속하겠습니다.(하긴, 3년 전 것도 잘만 우려먹는데_-_).(본격 초시전철 기행 포스팅 시리즈 보기)(앞글 보기-이웃집 801쨩 전격 해부!) 이누보역 전경초시전철 중에서 제일 '제대로 되어 보이는' 역 이누보역. 어찌 보면 초시전철을 타는 사람들의 반 이상은 초시에서 이누 ... more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0/12 03:34
쿄토에서 탔던 버스가 나무바닥이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10/13 00:12
설마 저놈처럼 환갑을 앞둔 건 아니겠지요? ㅎㅎ
추측컨대 '레트로 차량'이지 않을까 싶지만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0/13 09:48
이름도 엄한 '친친버스' 였습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해 놓은 듯.
Commented by hermod at 2008/10/12 22:48
이요전철에서 조시전철까지... 저 차량도 참 길고 긴 여행을 거쳐, 시골에서 시골로 이사를 갔네요 ^^

그리고, 누레카스테라(촉촉히 젖은 카스테라...? ㅋㅋ) 는 시럽으로 적신거라고 하네요. 안심하십쇼 ㅋㅋ
http://www5a.biglobe.ne.jp/~bigsmile/choden/choden-nurekasu.htm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10/13 00:18
801호 혼자서 시코쿠를 반 종단하여 세토대교를 건너 산요본선, 도카이도본선, 소부본선을 거치는 엄마찾아 삼만리 뺨치는 '801호의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_-;;; 실제로는 기관차가 끌고 갔겠죠(아, 배를 탔을수도)...

카스테라 건은 다행입니다.
누레센베의 그 괴이한 맛이 다시 떠오를 뻔 했습니다.
(괴이하다곤 했지만 주면 먹는 정도, 누레센베와 누레카스테라가 같이 있으면 카스테라 집는 쪽이겠죠.)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저 사진의 카스테라는 색이 약간 과하게 구운 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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