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12 폐선 사건
5412 폐선과 관악교통, 그리고 NIMBY 이야기 - Frey님께서 쓰신 관련글


집값 떨어뜨린 `님비' - 금일자 한국경제 기사

이 5412 폐선 사건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예전 차고지 근처에 살았던 경험이 생각난다. 아래는 1년 전에 그에 대해 써 놓았던 글이다.


어느 날 길을 가다 속칭 '녹두리아' 건너편의 구 관악교통 차고지에 주변에 사람들이 30년동안 소음과 매연에 시달렸다면서 차고지 및 충전소 설치반대 관련 플래카드를 걸어놨는데, 문득 예전에 내가 살던 집이 생각났다.

그 집은 말하자면, 뒷쪽은 H운수의 차고지요 앞쪽은 지하철 차량기지인 교통의 요지묘하게 구석진 곳이었다. 이사하기 전에는 사실 버스 차고지가 신경이 쓰였는데(아침저녁으로 시끄럽지 않을까 하는...2차선 길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매연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해봤지만.), 어차피 차고지를 곧 이전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실 기대를 안 했다...부동산 광고에서 떠드는 '무슨선 개통 예정, 무슨고속도로 개통 예정처럼 까마득한 이야기니까.

하지만 실제로는 차고지에 의한 소음이나 매연 등의 피해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차고지를 옮기기 전에 다시 집을 옮겼다. 이후 버스개편을 즈음하여, 거기 있는 버스들은 죄다 서부트럭터미널 옆에 있는 양천공영차고지로 옮겼는데, 후에 그 동네에 다시 가보니 그 동네를 지나는 버스가 3개 노선에서 1개 노선으로 줄어버렸다. 그러니까 그 차고지를 차고로 하던 버스들이 다 그곳을 거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예전에는 외출하려면 차고지에서 문 열고 있는 텅 빈 버스에 앉아 운전기사가 오기를 기다리면 됐었는데, 지금은 어디 나가려면 약 1km을 걸어 양천구청역까지 나가야 전철을 타건 버스를 타건 하는 상황이다(심지어 지척의 목동을 갈 때도!). 나머지 버스 하나는 배차간격이 15분 가까이 되는데다 구로역 빼고는 엄한 곳만 들러가는 버스인지라.

그 차고지가 동네 사람들의 소중한 발이 되어 주었다는 사실을 차고지가 없어지고야 알게 되었다. 문득 그 플래카드를 보고 그 생각이 났다. 버스 차고지가 과연 혐오시설일까...하는.

※ 이 동네에서 버스 차고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본인으로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공영차고지 계획과 지역의 재개발의 연장선상에서 차고지의 이전도 검토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에 5412가 폐선된다는 소식을 듣고 '왜 그런 황금노선마저 칼질해 버릴까' 하고 내심 놀라다가, 내막을 알고 보니 결국 저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지척의 풍양 차고지까지 오가는 5520번이 적어도 남부순환로(및 2호선 전철역)까지는 커버해주니, 아무리 봐도 그게 이 상황에서 서울시가 해줄 수 있는 차선의 노선 조정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전철을 타면 강남역을 갈 수 있고 643번으로 갈아타면 기존 5412와 같은 루트로 강남역까지 갈 수 있으니까('말은 쉽지!'할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본인도 아침시간 그동네 교통사정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굳이 '차선책'이라는 단어를 쓴 거고).

굳이 님비라고 비난까지 할 건 아니더라도(막상 거기에 산다면 충분히 신경쓰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선 조정은 차고지에서의 소음이나 매연, 그리고 가스 충전소 문제(링크된 기사에는 가스 충전소 문제가 잘 다뤄지지 않았는데, 새로운 차고지에는 충전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를 피한 데 대한 응분의 대가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다만 보이는 현상으로는 5412를 폐선한데 대한 풍선 효과로 5528에 승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5413도 승객이 조금 늘어난 것 같아 보이는 정도 되겠다. 링크한 기사를 보면 5412가 없어진 곳과 이 차들이 간 곳의 부동산 가격이 반전되었다는 내용이 되겠는데, 차고지 반대의 잿밥에만 관심 있던 사람들은 이를 어쩌나. 잿(齋)밥이 재(灰)밥이 되어 버렸네.

버스노선이라는 편의시설과 차고지/충전소라는 혐오시설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5412 칼질 사건. "버스가 다니려면 버스가 머무는 차고지가 있어야 한다"는 상식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라는 기사의 끝 멘트에 씁쓸한 웃음만 나온다.



덧) 그런데 서울시 버스에서 이익이 나는 노선은 이익금도 보전해 주나요? Frey님 관련글에서 예전 키배(?) 뜨다가 나온 이야기여서...서울시로 들어가서 이익나는 노선이건 적자 노선이건 공평하게 나눠갖는 줄로 알았는데...
by Tabipero | 2008/09/19 23:10 | 안드로메다 여행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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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엔토류아 at 2008/09/19 23:25
저도 신림동 사람으로서 5412가 왜 없어졌나 했었는데,
내막을 알고보니 그냥 웃음밖에 안나오더군요(...)

뭐 부녀회 아줌마들의 자업자득이라고밖엔 -_)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09/20 00:13
차고지고 뭐고 그저 버스라도 편히 타고 싶어하는 사람들만 딱하게 되었지요.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8/09/19 23:49
충전소 건도 좀 웃긴게 LNG 유출되서 폭발사고가 났다는 소리는 안들려오는데 참...
[교묘하게 주택가 틈바구니에 들어온 주유소는 신경도 안쓰면서..]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09/20 00:14
딱 보면 위험해 보일것 같잖습니까. 어디 세상이 논리로만 돌아간답니까...
한편으로는 앞뒤 재지도 않고 CNG 노래를 불러대는 서울시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Commented by Korsonic at 2008/09/20 16:03
이왕 이렇게 되어버린거 왠지 공기수송하는 것 같은 5520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려해 봐야겠습니다... 에휴;
개인적으로 이제 관악역이나 광명역 연장방안에 대한 글을 써 보려 하는데, 뇌내망상에 그칠 것 같군요.
게다가 대학 이기주의로 비칠 우려까지... 있군요... 에휴;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09/20 20:48
5520이 공기수송이라니 의외네요. 저는 웬만큼 손님이 있는 걸 봐서...
사실 5412를 칼질한 경계가 서울대입구역이니, 승객이 좀 줄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배차간격은 오히려 줄어들지 않았나요?

저도 미림여고쪽 산복도로를 어떻게 활용했으면 하는데, 현시창이죠. 그런데 관악역이나 광명역으로 간다면, 보쌈이네서 태클을 걸어올 가능성이 높고, 있는 시계외노선도 칼질하기 바쁜 서울시에 시계외노선을 바란다는것 자체도 문제고요.
(저는 찌질이짓 강제하고 서울대 학내 시내버스 칼질한다고 협박한 이후로 서울시 버스행정에 대한 기대를 버렸습니다. 핌피 문제가 아니라 칼질의 논리 자체가 대중교통에 대한 논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노선을 구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서울대 앞을 지났던 노선인데 대학이기주의가 왜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서울대 사람들은 학내시내버스 아니면 아오안 아니던가요...(아니 깊숙이 박혀 있는 우리만 그런가...)

Korsonic님이 제안할 노선과 비슷한 걸로 예전에 광명역-산복도로-고시촌-샤-서울대입구의 경전철 노선 망상을 해본 적 있는데, 산복도로쪽이 급구배가 나오거나 만덕역 꼴 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네요.
Commented by Frey at 2008/09/21 22:24
5520도 643도 이제 꽤나 승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뭐, 5520보다는 5528쪽에 승객이 더 많은 것도 같지만요. 저는 이익 나는 노선 외에 적자 나는 노선만 보전해준다고 들었었는데... 정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09/21 22:43
변경된 노선에 대해 수혜자들이 적응해서 잘 이용한다면 좋은 일이지요.

http://www.withstf.co.kr/MBoard/download.html?file=L2hvbWUvd2l0aHN0Zi9wdWJsaWNfaHRtbC9NQm9hcmQvdXBsb2FkL0BAYnVzLnBkZg==
여기 보면 12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있네요.

"수입금은 노선별 운송원가에 근거 노선별(운행실적)로 배분
단, 노선입찰제 시행노선에는 입찰 시 제시한 금액만큼 배분"

이걸 제가 올바로 해석했다면 이익이 나는 노선은 아무래도 많이 받기는 하겠지만 이익 '보전'은 안 될것 같네요.
Commented by to2001so at 2008/09/30 17:42
ㅠㅠ 미림전산다니는데 5412가 없어진게 저런 이유였다니....흑흑
등하교길이 너무 불편해졌습니다 .............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09/30 22:52
그저 유감스럽다는 말밖에 드릴 수가 없군요.
뭐 싸움에 뭐 터진 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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