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의 굴욕(?)
블로그가 블로그인지라 오봉 하면 의왕에 있는 오봉역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일본의 추석인 お盆 이야기 하는 거다.

일본에서는 추석때 뭐 하는지 모르겠지만(가족들이 모이는 날임은 확실한 것 같다), 양력으로 8월 15일을 쇤다.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귀성/귀경 전쟁도 있는 듯 하고. 올해는 15일이 연휴라, 이 연휴 때를 노려서 일본 여행 가시는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은데, 역시 신경쓰는 게 좋을 듯 하다. 도쿄나 간사이같은 일정 권역 내를 둘러보는 것은 잘 모르겠으나 장거리 이동을 하시는 분들은 특히 유념하셔야 할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 하면, 2006년에 오봉 연휴를 전후하여 큐슈를 돌아다녔던 일이 생각나서...8월 13일에 하카타에서 나가사키까지 이동한 후, 큐슈를 돌아다니다가 8월 16일에 간사이 지방으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는 JR패스를 사용했고.





사실 다른 곳에서는 명절이란 걸 그렇게 잘 느끼지는 못했다. 가게들도 아쉬울 것 없이 문을 열었고(일부 닫은 곳은 있었지만), 주로 아소산이나 쿠마모토성 같은 관광지를 돌아다녔으니. 하지만 명절이란 것을 여실히 느끼는 게 바로 간선 철도에서였다.

시작은 첫날 후쿠오카 공항에서 내린 후, 하카타에서 나가사키로 가는 특급열차 '카모메(사진)'를 탔을 때 부터였다. 뭐...우리도 알고는 있었다. 가이드북이나, JR 홈페이지 등에는 이동에 무리가 따르는 시기로 꼭 '오봉' 기간을 집어 넣고 있었다. 하지만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본인 포함 총 7명의 시간을 맞추는 것도 어려운 일.

그러니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지정석은 무리. 자유석이다.



자유석에는 엄청난 줄이 서 있던 걸로 기억한다. 별다른 도리가 없어 일단 타긴 하는데, 이거 무슨 특급열차가 출근길 2호선이다. 찻간은 물론이요 자유석 객실에도 들어가고, 지정석 찻간에도 사람들이 들어갔다. 그래도 지정석 객실에는 기어이 들어가지 않는 걸 보니 일본인답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자유석이라는 제도 덕에 일단 이동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할 판이었다. 일단 JR패스가 있으면, 낑겨 들어가서라도 열차를 탈 수는 있으니.

찻간에 서서 가면서 사진도 찍고, 카드놀이도 하면서 갔는데 역시 지치긴 지친다.

그래도 종점인 나가사키에 갈 수록 사람들 수도 점점 줄어들고, 마침내는 몇십 분이지만 앉아 갈 수 있게 되었다.


이날 크게 데여서, 저녁에 나가사키역에 가서 큐슈의 일정에 해당하는 지정석권을 죄다 예약해 놓았다. 나가사키에서 나오는 카모메, 구마모토까지 가는 릴레이 츠바메, 규슈횡단특급, 그리고 벳푸에서 고쿠라까지 가는 니치링까지.

하지만 결국 예약 못했던 놈이 있었으니 고쿠라에서 신오사카까지 가는 신칸센이었다. 이건 틈날 때마다 어느 역에서건 물어봤는데, 결국 예약할 수 없었다.

사실 큐슈 내에서 15일까지의 이동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굳이 표를 미리 끊지 않더라도 적어도 첫날같이 사람이 붐비지는 않았다. 그나마 사람이 많았던 것은 14일 쿠마모토까지 가는 데 이용했던 릴레이 츠바메. 이것 이외에는 상행 카모메는 사람들이 많을 이유도 없고, 큐슈횡단특급도 이동보다는 관광의 성격이 큰지라 오봉에 그렇게 큰 영향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16일. 사람들이 귀경하는 날이다. 일정이 바뀌어 니치링 대신 시로이소닉의 자유석을 이용하였는데, 역시 입석. 그래도 첫날 카모메같지는 않아서 어떻게 수트케이스 위에 앉아 갔다(사람에 따라 수트케이스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 주의바랍니다 -_-). 이건 반대로 고쿠라역까지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진다. 다들 때때옷을 입고 커다란 보따리 하나씩 싸들고 타는걸 보면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뭐 그건 그렇고, 오사카까지 가는 게 또 문제였다. 재래선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타는 곳에, (사람들이 돈쓰기 편하도록) 신칸센 매표소가 있는데, 매표소 위에 구간별로 남은 좌석이 표시되어 있었다.



요행히도 오카야마까지 히카리 레일스타 흡연석에 남은 좌석이 딱 8석. 얼른 패스 내밀고 끊었다.

이렇게 오봉 전쟁을 치르면서 배운 일어가 있다.

바라바라ばらばら - 이리저리, 흩어져서
잇쇼一緒 - 함께. 다같이.

보통 일행이면 자리를 붙여서 주는데, 자리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7명이나 가려니 저 말을 많이 들었다. 좌석이 '잇쇼'가 아닌 '바라바라'가 되는데 괜찮겠습니까 라고 묻는데 지금 뭐 가릴 땐가.

참고로 10시 44분에 노조미가 먼저 지나갔다. 신칸센인데 열차간 간격이 웬만한 지하철 뺨친다. 이런 대수송 기간에는 일본 역시 임시로 열차를 편성하여, 그래서 좀더 촘촘해지는지도 모르겠다. 뭐 어차피 속도는 노조미>히카리>코다마 순이니 시간차는 더 벌어지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흡연자도 아닌데 흡연석에 앉게 되었다.

참고로 이 열차의 좌석 상황은 금연 지정석과 금연 자유석은 만석(그리고 자유석에 입석 약간), 흡연 지정석 만석, 그리고 흡연 자유석이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다. 혹시 자리 상황이 여의치 않고 담배 연기를 참을 자신이 있다면 흡연석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보면 흡연석에도 담배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었고, 반대로 담배연기 들이마시는 것보다 서서 가는 것을 택한 사람들도 있었다.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잊을만 하면 담배를 한대씩 태워 물면서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뭐 생각보다 참을 만 했다. 사실 아침에 먹은 우유가 잘못돼서 화장실을 몇번 들락거리느라 그런거 느낄 틈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오카야마에서 다음에 타는 사람이 없다면 그냥 히메지까지 자리에서 뻐팅길까 생각도 했지만 학생들 한 무리가 우리가 비켜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흡연석은 비흡연자 나가라보다는 흡연자 파라다이스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자유석으로 갔는데 역시 "흡연" 자유석. 역시 앉아가는 것만 해도 감사했다. 어쨌든 그렇게 간사이권까지는 무사히 도착하였다.

오봉 기간(8/15 전후)에 여행하는 분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1. 가급적 장거리 여행은 피하셨으면(도시 내에서 여행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이미 이거 보시는 분들은 그게 안되는 분들이 많을 테지만.
2. (당연하겠지만)8월 15일을 기점으로 전에는 하행선, 후에는 상행선이 붐빈다.
3. JR패스를 가지거나 자유석을 이용한다면 열차를 못 탈 일은 없을 것이다.
4. 서서 갈 각오를 할 것. 때로는 출퇴근 전철에 준하는 환경에서 이동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5. 흡연석을 노려 보시길 (※참고로 JR동일본 전 열차를 비롯하여 흡연석이 없는 열차도 꽤 많음.)
6. 빈 자리 찾아 앉기는 이미 우리나라 통근 전철에서 여러 번 수련하셨을 테니 그 능력을 일본에서도 한번 발휘해 보시길.
by Tabipero | 2008/08/09 22:51 | 일본 여행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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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전기위험 : 교토역 1번 출구 at 2009/01/08 19:35

... 로 땜빵.때는 2006년 여름, 일곱명이서 여행 갔을 때 이야기다. 날은 교토에서 산에 글자모양으로 불질러놓고 논다는 '다이몬지오쿠리비' 축제 날. 우리는 큐슈의 고쿠라에서 간사이 쪽으로 신칸센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저녁에 '다이몬지오쿠리비' 축제를 보는 것은 같았으나, 그건 저녁의 일. 중간의 일정은 7명의 needs가 제각각이었으므로 서로 흩어지게 되었다. ... more

Commented by 까날 at 2008/08/09 23:58
피가 되고 살이되는 정보로군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08/10 00:18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다소 단편적이긴 하지만 여행 준비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예상이나 각오(?)는 하실 수 있겠지요.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8/08/10 00:00
자유석 승차율 200% 돌파는 오봉기간 말고는 힘들죠. ㄷ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08/10 00:24
승차율 200% 초과라...말그대로 출근길 전철입니다 orz
자유석 발매는 딱히 제한이 있는 것 같지 않던데...
Commented by rumic71 at 2008/08/10 00:33
담배연기에 민감한 저로서는 공포스러운 내용이군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08/10 08:24
담배연기가 싫으시면 출발하는 역에서 자리를 노려 보거나 서서 가야겠지요...
저도 담배연기는 싫어하는데 그런 대로 견딜 만 했습니다.
Commented by Hsama at 2008/08/10 15:32
같은 경험을 한 저로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08/10 19:59
나가사키역의 역무원 아저씨와 맞잡은 그 손에서는 국적의 벽을 뛰어넘은 찐한 감동이...
Commented by kazai at 2008/08/11 15:27
제가 도쿄에 오봉기간에만 4번을 갔었는데, 사실 도시 내부에만 돌아다닐거면 교통이나 관광에는 큰 불편이 없습니다. 오히려 도쿄에서 오봉기간에 주의해야할건 매년 여름코믹이 8월 15,16,17기간에 열리기 때문에 오전에 유리카모메를 타고 오다이바가면 교통의 지옥을 볼 수 있다는거 정도군요.
(도로 교통은 통제됩니다)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08/11 21:00
애니 오덕들에게는 어지간히 큰 행사인 모양입디다;;;
모 애니에서, 코미케회장에서 인파 속에 잘못 휩쓸려 몇시간을 헤매고 다닌 모 양이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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