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역 답사(1)
휴일 아침, 무슨 이유인지 잠을 설치고 비정상적으로 일찍(새벽 다섯시) 일어나서...아침 일찍 어디 나갔다 올까 하고 코레일 홈피를 뒤적거리다가, 경춘선을 타기로 했다.  종점인 남춘천까지 가기에는 춘천 시내까지 가서 할 일도 없고 그냥 조용한 데서 경치 감상이나 할 생각이었으므로, 남춘천 전 역인 김유정 역을 목적지로 정했다.

다만 그냥 가는 건 재미없고, 집에서 청량리까지 가기 귀찮기도 하고, 비용도 절약되는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잠실에서 대성리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대성리역에서 승차, 내릴때는 청평에서 하차해서 11시에 출발하는 7000번 타고 잠실역에 도착...이렇게 생각을 했었다.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에서 검색해 본 1115번은 첫차가 생각보다 늦었다. 첫차가 차고지에서 5시 40분경 출발, 잠실역에 6시 40분경 도착한단다. 그리고 나는 첫차 바로 뒷차인 6시 50분차를 탔다.

코레일에서 검색해본 결과 대성리에서 8시에 춘천행 열차가 있었고 대강 버스가 대성리까지 1시간 약간 안 되게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이 어찌 보면 좀 빠듯했다. 행여나 늦어서 기차를 놓치면 김유정역 답사 계획은 말 그대로 쥐쥐(하루에 열차가 상, 하행 각각 여덟 번씩 서는 역이다). 약간 걱정하면서 갔다. 그런데 버스는 왜 이렇게 느긋하게 달리는지 -_-;;;(KD는 닭치고 정속이예염 하고 답글 달 생각이셨다면 이미 알고 탔습니다 -_-;;;)

놀토가 아닌 모양인지 경춘국도 변 버스정류장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내가 탄 직행좌석버스는 거들떠도 안 본다 -_-;;; 마석까지는 시내버스가 비교적 자주 다니기 때문에 시내버스가 오면 우루루 몰려 탄다.

대성리 종점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 약간 넘어. 약 50분 걸린 길이었다. 예전에 청평에 몇 번 가봤을 때는 대성리 직전에서 다소 막히던데, 역시 휴일 이른 아침이라(일곱시 사십분은 새벽이라고 하긴 좀 그렇죠) 차도 안 막히고. 새벽에 떠나는 보람이 있었다.

시간 여유가 있으므로 근처 훼미리마트에 가서 삼각김밥과 과자를 사서 역으로 갔다.

그리고 이렇게 표를 끊었다. 4호차 44석의 압박! 

가는데의 비용은 잠실-대성리 1800원, 대성리-김유정 2700원(주중에는 2500원이란다)으로 4500원. 청량리-김유정 5200원보다 무려(?) 700원 절약. 삼각김밥 값은 아낀 셈이다.

판매원 아저씨께 물어보니 김유정 역은 무인역이 아니란다. 괜히 오는 표까지 끊었다 싶었다. 뭐 어차피 김유정역에서 하루종일 놀 것도 아니고 어찌 되었건 저 기차를 탈 건 맞긴 하지만.

또한 대성리 매표소는 매점을 겸하고 있었다. 표 판매를 위탁을 했는지, 표에도 직원 성명이 아닌 '대성리RE'라고 적혀 있었다.

좀 일찍 승강장에 나온다. 시간 맞춰 승강장으로 나가게 하는 역도 있는데, 경춘선 역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대합실에는 MT를 와서 밤을 꼬박 샜는지 모를 한 일행이 청량리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시간 차이도 얼마 안나고 이른 아침이니 앉아 갈 수 있는데 걍 버스 타지 -_-;;;
그래도 기차여행의 로망이란게 있으니. 내가 보기에는 청량리 종점까지 뭘 타든 잘 주무실 듯 하지만.

대성리 역에서는 열차가 곧잘 교행한다. 이때도 청량리행 열차가 먼저 들어오고, 곧 남춘천행 열차가 들어온다. 붉게 도색한 레이디버드 기관차가 끄는 열차였다. 몇 안되는 특이 도색 열차인지라 나중에 김유정역에서 돌아올 때도 똑같은 열차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춘천 가는 기차를 타고 있었다. 의외로 청평에서는 거의 안 내렸고, 가평에서 우루루 내리길래 나는 원래 자리 '4호차 44석'이 아닌 다른 자리에 앉아, 창밖으로 북한강 경치를 바라보며 삼각김밥을 까먹었다. 춘천가는 길, 경치 참 좋다~!

김유정 역은 '이제 슬슬 종점에 도착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나타난다. 원래는 신남역이었으나, 이곳의 유명한 문학인인 김유정 선생의 이름을 따서 김유정 역이라고 개칭하였고, 아마 우리 나라에서 사람 이름을 딴 유일한 역인가...그럴 것이다. 신남이란 이름이 안 좋다는 건 아니지만, 김유정 역 쪽이 훨씬 정감이 간다.

그건 단지 사람의 이름을 땄다는 것뿐이 아니라, 이름 자체의 느낌도, 연상되는 것들도 정감가는 것들이지 않은가. 뭐 고등학교 국어시간이 생각난다면 본인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김유정 문학촌이던가...

김유정 하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작품이 '봄봄'과 '동백꽃'이 있는데, '동백꽃'은 그야말로 '츤데레'('새침부끄'로 순화되어 표현한 곳도 있긴 하다)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소설로, 아마 이 소설 덕분에 츤데레라는 용어는 몰라도 그 개념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본인도 그쪽에 대해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할 때는 김유정의 '동백꽃'을 예로 들곤 한다(근데 동백꽃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대략 난감하다).

'봄봄' 하면 그 뜻도 모를 욕 '제에미 키두!'가 가장 생각이 난다. 당시 연기하듯 감정 살려서 읽어보라는 국어 선생님 주문에 어떤 친구가 쭈뼛쭈뼛하니까 보다 못한 선생님이 리얼하게 '제에미 키두!'라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제에미 키두'는 아직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_-;;;

그냥, 기억의 조각들이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by Tabipero | 2008/06/22 21:50 | ㄴ서울(근교) 여행 | 트랙백 | 핑백(3)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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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전기위험 : 김유정역 답사(2) at 2008/06/22 21:54

... 1편에서 계속됩니다.다른 블로그 등을 보면 김유정역을 곧잘 간이역이라고 표현하던데 김유정 선생의 소설같이 고즈넉하고 정감가는 분위기는 맞지만, 역무원도 상주하고 있고 심심찮게 열차도 교행하고 ... more

Linked at 전기위험 : 춘천찍고 속초 여.. at 2008/12/28 22:31

... 춘선, 우리가 여행을 결정했을 시점에는 이미 당연히 매진되었다. 거기서 꼼수를 쓰기를, 잠실에서 대성리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대성리역에서 기차를 타는 환승신공을 쓰기로 했다. 이건 김유정역 여행 이래로 쓰는 꼼수인데, 이는 경춘선에 자리가 없을 때 외에도, 통합환승제를 이용한 비용절감(이래봐야 천몇백원이겠지만)의 효과도 있다. 다만 버스란게 소요시간이 들쭉 ... more

Linked at 전기위험 : 땜빵-이와테은하철.. at 2009/04/20 21:39

... 시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그렇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보니 비록 원맨 전기동차가 굴러다녀도 왠지 낭만적이어 보이고 정감이 간다.뭐랄까, 같은 역인데도 신남역과 김유정역이 다르게 보이는, 그런 원리(?)라고나 할까(실제 김유정역은 신선이 개통되어도 그대로 써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역이었다).덧붙여 우리나라에서도 은하철도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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