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역 답사(2)
1편에서 계속됩니다.
다른 블로그 등을 보면 김유정역을 곧잘 간이역이라고 표현하던데 김유정 선생의 소설같이 고즈넉하고 정감가는 분위기는 맞지만, 역무원도 상주하고 있고 심심찮게 열차도 교행하고(중간 강촌역에서는 열차가 교행하지 못하므로 이곳은 중요한 교행 포인트다) 열차가 다니는 횟수도 그렇게 적지 않은 그런 역이다.

역을 나서면 4층짜리 신남산장이 거의 랜드마크처럼 군림하고 있고, 슈퍼, 식당 등 상점 몇 개가 있는 정도. 역 앞에는 2차선 도로가 있는데 통행량이 간이역 앞 치고는 그렇게 적지 않다. 길이 어디로 나 있길래...혹시 구(舊) 경춘가도라던가...

역에 내린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이었다.


아무튼 역에서 조금 걸어 나가면 전형적인 시골 모습이고, 근방에는 김유정 문학촌이 있어 김유정 생가 등을 복원해 놓았다. 선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느니 그런 건 감정이 메마른 본인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말이고, 그냥 쭉 둘러보았다. 10분 하면 다 둘러본다는데 가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그냥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나에게는 이 역에서 한시간의 여유가 주어져 있었다. 그 중에서 나는 30분을 김유정 문학촌을 가느라 썼었고, 나머지 30분을 어떻게 쓸지가 고민이었다. 김봉필의 생가도 있다고 하는데, 김봉필이 실존 인물이었나! 하고 좀 놀랐었다.

비가 온댔는데 날은 비올 날씨는 아니어 보였고, 밖에 서 있으니 땡볕에 더위를 느껴 그냥 역 대합실에서 책이나 읽기로 했다. 사실 이 역, 드라마 '간이역'의 촬영지였단다. 언제적 드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합실은 작았고, 대충 예전에 갔던 아신역 만한 크기였다. 한쪽 벽에는 매표소와 드라마 '간이역'에 대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맞은편에 긴 의자가 있는데 여섯 명 앉으면 많이 앉은 것 같아 보였다.

입구 측과 선로 측 문이 모두 열려 있어 바람도 시원하게 들어오고, 대합실에는 나와 개미 몇 마리밖에 없었다. 이따금 들리는 차 소리, 멀리서 들리는 뻐꾹새 소리, 유리창 너머로 들려오는 무전 소리...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들리지 않는 그런 작은 소리들이 들려온다. 책을 덮고 눈을 감고 이것 저것 생각도 해보고 하니 20분 가량은 금방 지나갔다.

이번에도 좀 일찍 승강장으로 나왔다.


경춘선 복선 전철화 사업의 일환으로, 김유정 역도 새로 고상홈 승강장을 만들고 있었다. 대충 보면 2면 4선 같아 보이는데, 급행 전철이 만들어진다면 이 역은 통과하겠지 싶다. 궁금한 건 지금 김유정 역은 어떻게 될까 하는 건데, 나는 지금 역사를 가급적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저 홈은 원래 역사와 열차 3-4량 거리 정도로 떨어져 있다. 역시 새로 역을 만드는 것일까.

승강장에서 찍은 역사. 역사 주변을 잘 꾸며 놓았다. 바람개비도 있고, '동백꽃'과 '봄봄'의 이름을 딴 정원도 있었다. 역시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 파란색의 낮은 지붕은 닭장. 지나오면서 본 대성리역, 강촌역에도 이렇게 작은 동물원을 역 안에 만들어 놓고 있었다. 닭만 있는줄 알았는데 공작이 깃털을 부채처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저 우리는 그러고 다니기엔 약간 비좁아 왠지 안쓰러워 보였다.

아무튼 청량리행 기차가 왔다. 탄 승객은 나까지 합해서 너댓 명. 열차가 서서 승객을 태우는 사이, 반대쪽으로 남춘천행 열차가 지나간다.

같은 곳을 지나가지만, 반대로 보면 또 다르게 보인다. 김유정-강촌 간도 경치가 굉장히 좋다.

표는 청평까지 끊었지만, 7000번은 가평에서 출발하므로 대충 좋은 자리 잡아 앉아 갈 요량으로 가평역에서 내려서, 약 30분간 기다려 버스를 탔다. 가평역은 경춘선 상에서도 꽤 큰 역으로, 역사는 말끔하게 지은지 얼마 안 돼 보였고, 안에는 무려 승차권 자동발매기도 있었다. 열차는 11시 52분에 청량리에 도착하게 되어 있지만, 30분 늦게 가평을 출발한 버스는 12시 5분에 롯데월드에 도착. 역시 버스가 빠르긴 빠르군.

원래는 김유정-청평 2500원, 청평-잠실 2500원으로 김유정-청량리 5200원보다 200원을 아끼는 루트였지만, 가평에서 내림으로써 가평-잠실 3500원이 되어 800원 손해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2호선 역이 훨씬 접근성이 좋으니까...

이른 아침부터 여행(?)에 나서니 왠지 지난번 일본여행 생각도 나고(새벽녘에 일어나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모자란 잠을 잤다), 서울에 점심시간 전에 도착하니 왠지 시간을 번 기분이 들었다. 좀체 볼 수 없었던 강변의 아침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았고...
by Tabipero | 2008/06/22 21:48 | ㄴ서울(근교) 여행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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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전기위험 : 김유정역 답사(1) at 2008/06/22 21:54

... 쭈뼛쭈뼛하니까 보다 못한 선생님이 리얼하게 '제에미 키두!'라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제에미 키두'는 아직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_-;;;그냥, 기억의 조각들이었다.2편에서 계속됩니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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